까치와 설날

2021. 2. 12. 22:31DAILY LIFE STORY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열리는 설날이다. 요즘 들어 "나이를 이런 식으로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의 정신은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데 신체 나이는 그렇지 않으니 옛 어른들의 '마음은 청춘이란' 말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설날에는 연하장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좋은 풍습 같았는데 없어진 지 오래다. 나도 보수적이 되는 건가? 때론 옛 풍습이 그립기도 하다. 그 연하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까치, 눈, 소나무, 학 등이다. 눈 덮인 소나무 가지가 있고 그위를 까치가 날아가는 그림이 연상된다. 그렇게 설날과 까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있다.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설날은 오늘이에요." 아동문학가자 작곡가인 윤극영 선생의 노래 설날이다.

일제 강점기에 어린아이들이 일본 동요를 부르는 것을 보고 이러면 저 아이들은 일본 사람이 되고 만다는 생각에 설날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해 지금 말로 히트를 쳤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가사를 쓰셨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이곳저곳 찾아보고 나만의 결론을 얻었다.

예전에는 동지를 작은설이라는 의미로 '아치설' 설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치'는 작은의 순 우리말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다도해 지방에서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좁아지는 음력 22일을 가리켜 아치조금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아치라는 발음이 세월이 지나면서 격음화 되어 '아치'에서 '까치'로 바뀌어 '아치설'이 '까치설'이 된 것이다. 그렇게 아치는 까치가 되고 실제로 날아다니는 까치와는 상관없는 까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승려와 내통하여 왕을 죽이려 했으나 까마귀, 쥐,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 쥐, 돼지, 용은 십이지에 드는 동물로 그 공을 기념하지만 까치는 기념할 날이 없어 설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하여 까치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까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가 등장한다. 물론 까치도 까마귀과 새이므로 비슷하긴 하지만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미래에서 온 스님도 아니고 까마귀과 새란 의미로 까치를 까마귀라 쓰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까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봤을 때 삼국유사 이야기는 주체가 바뀌었으니 설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했다는 이야기는 설날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난 후 만들어진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첫 번째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윤극영 선생은 까치의 의미가 '작다'의 의미인 줄 알면서도 동물 까치를 사용해 동심을 자극하는 가사로 만드셨을지도 모른다. 

까치설날의 경우는 동지를 의미하며 어저께라는 말은 하루 전이 아니라 설날과 동지 사이 간격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사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을 말살시켜 민족정신을 훼손하려 한 일제가 설날을 없애고 1월 1일을 세도록 강요하였다. 이에 대하여 '동지 근처에 있는 까치설은 일제의 설날이고 오늘이 우리의 설날이다.'라고 간접적으로 항거하는 의미로 가사를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까치는 아치에서 유래되어 온 말이고 우리가 생각했던 날아다니는 까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까치가 그 까치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영원히 그 까치가 그 까치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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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극영 선생은 대단히 신 분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도 어렸을 때 불렸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동요 반달, 우산 셋이 나란히, 고기잡이, 설날 모두 윤극영 선생의 노래이다.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 어린이들에게 한국 어린이의 꿈을 심어 주신 분이셨다.

 

이현세의 만화 외인구단의 주인공 '설 까치' 외국 식으로는 '까치 설' 까치도 결국 동지를 의미하는 것인가?

 

모두들 즐거운 명절 되길 바랍니다.